바다의 별

거친 밤바다를 비추고 있노라면
그와 사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르고 달래는 엄마 역할이 우선이라 해도

벗이 되어
반짝반짝 철썩철썩 하늘을 사이로
얕은 이야기부터 깊은 이야기까지 한정 없이 재잘대다
하늘을 가르는 검과 하늘을 가리는 방패를 맞세워 철없이 싸우기도 한다

홀로 견뎌야 하는 긴 시간, 말없이 의지할 수 있는 동지이자
서로가 서로에게 부서져 버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연인이다

그렇게 어둠을 거슬러 함께 맞는 동트는 새벽
바다는 심연 속 마음을 내려놓아 푸르러지고
별은 서쪽으로 건너가 머리를 누이고 단잠에 든다



***

이미지의 축적이 되었다고 해도
쓰는 건 너무 순간적이어서
딱 지금 순간 내 머리 돌아가는 정도로만 나오는
고민 없는 시......

안타깝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by hyunju | 2012/01/26 23:09 | 습작 | 트랙백

기록 1

다신 나갈 수 없는 성에서 울고 있다 어릴 적 버려진 나를 거두어 먹이고 입히고 키웠던 이가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해서 갔더니 어느샌가 성 안이다 아니 하늘과 바람과 별이 저 깊은 바다 밑바닥으로 모조리 떨어지던 날 나도 같이 떨어져 버렸던 밤에 성의 주인이 구해내서 데려왔다 그 기억은 또렷하다가도 울음에 잠기면 하릴없이 지워진다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했기에 되돌아갈 수 없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그 말도 안 되는 말이 가능하구나 낯선 이 방 온갖 것들이 전부 전에 보지 못한 이곳 사람 사는 곳 같기는 한데 그건 지금 내가 살고 있어서인 건지 무섭다 외롭다 방을 기어 다니며 운다 공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by hyunju | 2012/01/08 23:53 | 습작 | 트랙백

안아주시다

이사야 63,8-9

공동번역성서)
"그들이야말로 나의 백성이다. 배신을 모르는 나의 아들들이다." 이렇게 선포하시고 온갖 곤경에서 그들을 구해주셨다.
누구를 대신 파견하거나 천사를 보내지 아니하시고 당신께서 친히 오시어 그들을 구해 내셨다. 다만 그들을 사랑하시고 가엾게 여기시어 건져내셨다. 기나긴 세월을 하루같이 그들을 쳐들어 안아주셨다.

성경)
그분께서는 "정녕 그들은 나의 백성,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자녀들이다." 말씀하시고 모든 곤경 가운데 그들에게 구원자가 되어 주셨다.
사자나 천사가 아니라 그분의 얼굴이 그들을 구해 내셨다. 당신의 사랑과 당신의 동정으로 그들을 구원해 주셨다. 지난 세월 모든 날에 그들을 들어 업어 주셨다.

New American Bible)
He said: "They are indeed my people,
children who are not disloyal."
So he became their savior
in their every affliction.
It was not an envoy or a messenger,
but his presence that saved them.
Because of his love and pity
the LORD redeemed them,
Lifting them up and carrying them
all the days of old.

***
잠시 침묵을 깨고 ㅎ

이번 탈출기 연수에서 내가 맡게 된 그룹명.
'안아주시다'

예전 번역본의 동사여서 좀 성경을 뒤적거렸다. 그룹명을 뽑으면서 받게 된 성경구절의 어감이 그리 좋지 않기도 해서였다. '쳐들어 안아주셨다'는 것이었는데 '쳐든다'는 것과 '안아준다'는 행위를 단번에 연결해서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아이를 높이 들어 올린 다음에 '자신의 가슴팍까지 내려'야 자신의 품에 안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번역 성경의 '들어 업어 주셨다'라는 번역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의 성경 원문, 라틴어나 히브리어까지 내가 찾을 능력이 안 되어서 뭐라 하기 어렵지만 '들어서 업어' 주려면 아이를 든 다음에 '등 뒤로 돌리는' 연결동작이 있어야 한다. 그 동작은 좀 불필요한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아이를 업은 어머니는 아이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아이를 업었으니 안심하고 뭔가 다른 일을 하기 마련 아닌가. 업고 길을 가는 데에만 온 정신을 쏟을 수도 있겠지만 '안아주다'라는 동사로도 번역이 가능하다면 '업다'보다는 '안다'가 더 상대방에게 집중해주는 행위를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기나긴 지난 세월 내내 '안고'만 있기에는 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예전 번역에서 '기나긴 세월을 하루같이'라는 식으로 수식어를 붙이면서 '안다'라는 동사를 쓰지 않았나 싶다. 현재의 '업어 주셨다'라는 동사는 꽤 장기적인 시간을 염두에 두고 쓴 번역어이리라.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전반적인 번역은 현재의 성경 번역이 좋지만 '안아주시다'라는 동사만큼은 예전 성서 번역이 좋다는 것. ㅎ 

***
배신을 모르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자녀 
children who are not disloyal
그분의 얼굴이
his presence
그들을 사랑하시고 가엾게 여기시어 
his love and pity

***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누군가의 가슴이 찢어져 있다면 잘 안아주어서 봉합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y hyunju | 2011/12/21 11:52 | 트랙백

침묵

쉬잇.

걱정하지 말아요.

by hyunju | 2011/11/04 00:37 | 트랙백

위령의 날

위령의 날은 연옥 영혼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하루빨리 하느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오늘 세 대의 위령 미사를 봉헌해 왔다. 이 특전은 15세기 스페인의 도미니코 수도회에서 시작되었다. 교회는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부터 8일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묘지를 방문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위령미사인지 모르고 갔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막내 외삼촌을 생각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미사 시작부터 우시던 아주머니가 낯설었다.

***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
11월 시작.

by hyunju | 2011/11/03 00:4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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